
이번 주 비디오 게임계의 가장 큰 사건은 뭐니뭐니해도 드라곤 퀘스트 넘버링 타이틀의 닌텐도 복귀 발표였다고 생각한다.
드라곤 퀘스트 발표 20주년 행사에서 뭔가 터질 것 같다는 분위기가 있기는 했지만, 어짜피 발매일을 며칠 남겨놓지 않은 '드라퀘 몬스터 조커'나 '드라퀘 소드'에 대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는데, 넘버링 타이틀을 내년에 내놓겠다는 발표를 한 것이다.
하긴 20주년 기념회 정도나 되는 큰 행사에서 신작 발표를 하지 않으면 어디서 하겠냐 싶기도 하고, 드라퀘가 원체 발매일 연기를 잘 하는 타이틀이기도 하니 내년에 나온다고 올 해 발표해 봐야 놀라울 일은 아니지만, 하드웨어를 결정해 버린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1년에 한번씩 꾸준하게 발표한 로토 시리즈를 지나 천공용자 시리즈로 넘어와서는 발표 시기를 가늠할 수 없는 도깨비 같은 타이틀이 되어 버린 드라퀘지만, 하드웨어만큼은 상식의 선에서 이해할 수 있는 선을 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시리즈의 7편이 닌텐도를 떠나 소니로 넘어왔던 것도 일면 타당해 보였다.
잘 생각해보면 드라퀘가 일본의 국민게임인 것은 사실이지만, 시스템 셀러로서의 역할을 했던 적은 지금까지 8편의 시리즈를 진행해 오면서 5편이 유일했다.
그나마도 드라퀘가 원래 패미컴으로 나오던 게임이니까 당연히 슈패로 나올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그런 인식이 슈패 하드 판매에 일조한 정도다.
오죽하면 드라퀘가 플스로 옮겨탈 때의 당위성으로 내세운 것이 더 많은 유저가 드라퀘를 즐길 수 있게 하기위해서는 더 많이 팔린 하드로 간다는 것이었으니 시스템 셀러로서의 드라퀘는 원래부터 없었던 것이다.
언제나 드라퀘의 비교의 대상으로 논란의 대상인 화이날환타지는 그런 면에서 시스템 셀러로서의 역할을 슈패부터 플스까지 연이어 맡아오고 있는 것에 비하면 드라퀘는 완패를 면할 길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닌텐도 Wii로 발매한다고 하는 '드라퀘 소드'는 어떤 의미로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드라퀘 소드'는 어디까지나 외전이고, 따라서 그 도전도 약빨이 약하다.
어쩌면 시스템 셀러가 못될 가능성도 높다. (개인적으로는 '드라퀘 소드'를 무척 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Wii를 살 것 같지는 않다.)
그런 시점에서 드라퀘 20주년 기념 행사가 진행된 것이다.
드라퀘는 NDS로 나온다.
상식을 처참히 무너뜨린, 또다른 상식적인 하드웨어 결정이었다.
NDS는 2004년 12월 발매 이래 만으로 2년 남짓한 기간만에 일본에서만 1200만대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300만 카피 이상이 팔린 타이틀도 벌써 4타이틀이나 나왔으며, 100만 카피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타이틀도 11타이틀이나 나왔다.
게다가 더 대단한 것은 올 한해에만 300만 카피 이상을 팔아버린 타이틀이 2타이틀이나 된다는 것이다.
드라퀘의 라이벌인 화이날환타지의 최신작이 250만 카피 정도를 팔아버린 것에 비교하면 놀랍고도 놀라운 사건이다.
물론 NDS의 300만 카피 타이틀이 마리오와 포켓몬이라고 하는 전통적으로 판매량으로는 말할 필요 없는 시리즈의 최신작이었던 것도 판매에 힘을 더했겠지만, NDS가 표방하는 새로운 감각이라는 것이 얼마나 놀라울 정도로 시장에서 먹히고 있는지를 반증하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로 하나의 하드웨어의 타이틀이 시장을 독식한 시기는 슈패의 전성기였던 92~94년, 플스2의 전성기였던 2003~2004년 정도를 제외하고는 전혀 없었던 것이다. (패미콤은 논외로 하자.)
역사가 반복된다는 것이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도 일면 통하는 것이, 8비트 시장에서 16비트 시장으로 넘어가던 시기에 닌텐도 세가, NEC의 삼파전이 있었고, 그 경쟁에서 승리한 닌텐도가 근 3년 정도 2배가 넘는 정도의 타이틀을 쏟아내며 시장을 장악했다. (이 시기에 NEC의 PC-엔진이 조금 신기한 하드였는데, 마켓 쉐어에서는 참패를 하지만 천외마경 시리즈 같은 완성도 높고 개성있는 타이틀들로 일군의 매니아 집단을 이끌었다. 마치 게임 큐브 같다고나 할까.)
이러한 형세는 32비트 시장에서도 반복되어서 닌텐도, 세가, 소니의 삼파전이 소니의 승리로 끝나고 결국 그 다음 세대에서 역시 4년 정도 말도 안되는 시장 장악력을 보여준다. (북미 강세 세가의 자리를 MS가 차지한 것과 닌텐도가 NEC의 위치로 떨어진 것이 재미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비디오 게임 시장이 점점 죽어간다는 것이었고, 그에 비해서 타이틀 하나를 개발하기 위한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타이틀의 가격은 닌텐도의 12000엔대를 고점으로 그 반으로 줄어든다.
미디어의 승리다.
타이틀의 가격이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타이틀당 이윤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데 (물론 롬팩 미디어가 제작비가 비싼 이유도 있긴 하지만), 판매량은 줄어드니 비디오 게임 회사들의 생존에는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대작 게임이라고 불리는 장르의 게임들은 원체 하드코어 게이머들에 의해서 장악된 시장이라, 이들 하드코어 게이머의 말이 많고 만족이 적은 특성상 제작비는 더 올라갈 수 밖에 없다.
화이날환타지가 200만 카피를 팔고도 일본 시장만으로는 도저히 체산성이 안나는 이유도 그것이다.
결국 화이날환타지는 기존의 일본풍의 RPG를 떠날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그것이 또 일본 시장에서의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드라퀘가 화이날환타지보다 판매량이 앞서기는 하지만, 최근 들어 더 늘어나고 있는 판매량의 차이는(일본만으로 한정해서) 일본풍을 버린 이유도 크다고 하겠다.
어쨌든 이상과 같은 비디오 게임 시장의 역사를 역으로 돌리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그것이 NDS의 등장이다.
이 게임기는 정말 심플하다.
하드웨어의 스팩도 동시기에 소니가 발표한 PSP와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처참하다.
그런데도 팔렸다는 것이 역사를 돌리는 계기가 된다.
팔리게 된 동기야 다양하겠지만, 일단 쉽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게임은 일이 아니고 취미이기 때문에 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버튼이 늘어나고 아날로그 콘트롤이 가능하고 뭐 이런 것들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취미는 노동이 된다.
그런 노동을 터치스크린 하나로 다시 취미의 세계로 돌려놓은 것이다.
역사의 흐름이 게임의 노동화로(표현이 조금 과격하다. ㅡㅡa) 달려가고 있었던 것을 다시 돌려놓은 용단이 팔리게 만든 일등 공신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게 팔려서는 드디어 드라퀘를 뺏어왔다.
논점을 일탈한 사설이 길었다.
중요한 것은 드라퀘가 NDS로, 닌텐도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큰 사건인가 하면, 일본의 언론이 12월 13일 이 이야기로 도배되었다는 것이다.
닌텐도와 스퀘어에닉스의 주가와 투자 신용도가 올라갔다.
일본의 국민이, 최소한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일본인이 기다리는 게임이 어떤 특정 하드웨어로 나온다고 하는 사실은 확실히 충격적인 사건일 것이다.
게다가 에닉스는 돈을 벌게 될 것이다.
매우 상식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드라퀘의 넘버링 타이틀이 거치형에 묶여 있었던 것은 패미컴이 나왔던 시기에 휴대용이 없었던 것이 이유라고 생각한다.
만약 당시에 휴대용 게임기로 NDS 만큼의 판매고를 보이는 하드가 있었다면 당연히 그쪽으로 나왔을 것이다.
그러니 휴대용으로 나온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거나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드라퀘가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단 NDS를 시작으로 넘버링 타이틀이 닌텐도로 돌아온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시리즈도 모두 NDS나 휴대용으로 나올 것인가?
그건 또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기적으로 드라퀘의 새로운 넘버링 타이틀이 나와야만 할 시기에 있었던 것이고, 그래서 현재의 시장을 가장 잘 반영한 대책으로 NDS를 선택한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내 글로 드라퀘가 휴대용으로 나온 것에 놀랄 이유가 없다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드라퀘가 휴대용으로 나올 것이냐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문제의 답은 드라퀘9이 발매되는 시점에서 거치형의 승자가 누구냐에 달려있다.
Wii나 PS3가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고, 또 NDS의 위력이 지금과 같다면 드라퀘10도 NDS로 나올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승자에게 가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드라퀘는 드라퀘5에 이어 다시 한번 시스템 셀러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지만, 91년 슈패의 라인업은 메가드라이브에 비교해서 한심하기 그지 없었다.
그래도 92년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드라퀘4 이후 새로운 시리즈가 슈패로 나올 것이라는 에닉스의 암묵적인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드라퀘9은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의 드라퀘가 최소한 NDS를 위시한 닌텐도의 하드로 나올 가능성이 더 높다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어찌 되었던 NDS의 기세를 누를만한 하드가 보이지 않는 시점에서라면 NDS로 새로운 시리즈가 이어질 것이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면 드라퀘를 하기 위해 NDS를 사던가, NDS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Wii를 사야만 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시스템 셀러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았던 드라퀘와는 다른 행보다.
뭐 각설하고 중요한 것은 드라퀘9이 내년이면 나온다는 것이고, 그 하드는 NDS라는 것이다.
이번엔 또 얼마나 발매연기를 해댈지 궁금하지만, 의외로 빨리 나와버려서 닌텐도의 손을 번쩍 들어줘 버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은근히 기대된다. ^^
드라퀘의 위력을 보여주는 광고 클립들을 올린다.
소니는 이 광고로 닌텐도 뒷통수를 제대로 때렸다.
일본 국민이 그렇게 빨리 나오기를 학수고대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이제는 더이상 서쪽 동네에다(닌텐도의 본사는 일본의 전통이 살아 있는, 그리고 도쿄의 서쪽인 쿄토에 있다.) 빌어봐야 소용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위의 광고가 꽤 충격이었던 것인지, 닌텐도는 드라퀘가 넘어오기로 하자마자 이 광고를 TV에 올렸다.
아직 게임 동영상도 준비되지 않은 게임의 광고를 때려버리는 닌텐도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이 광고를 준비하면서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갔을 닌텐도 관계자에게 축하의 인사를 보낸다. 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