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라고 하는 음악을 듣지 않은지 꽤 오래되었다.
나의 개똥 같은 대중문화론에 따르면 이미 대중문화는 90년대 중반 정점을 찍고 하향세에 있기도 하고, 설혹 그것이 틀렸다고 하더라도 댄서 위주의 음악에 질릴대로 질렸기 때문이다.
아마도 015B 6집과 이승환 5집, TOY 5집, 이적 2집이 서로 다른 시기의 음반이기는 하지만 그 이후로 특별히 대중가요의 음반을 사기가 꺼려지는 것 같다. (물론 그 후로 패닉 4집이라던가 몇몇 음반을 사긴 했지만.)
게다가 한동안 jazz에 빠져서 처음부터 ?어 올라오느라 대중가요에 등한시 하기도 했다.
하긴 이렇게 음반을 안사니 대중음악이니 대중문화니 하는 것들이 사라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페퍼톤스를 알게 된 것은 올초였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정확히 남산 3호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시각으로는 8시에서 10시 사이, 최강희 프로그램을 듣고 있었는데 그야말로 명곡이라고 할 수 있는 'ready, get set, go'를 듣게 되었다.
원래 경쾌한 노래를 좋아하기도 하고, 또 만화 주제가 같은 음악을 특히 좋아하기 때문에 그랬는지 노래가 귀에 콕 박혀버렸는데, 아쉽게도 밴드 이름과 노래 제목을 듣지를 못했다.
바로 인터넷으로 선곡표라는 것을, 그것도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찾아보고, 그 노래다 페퍼톤스의 노래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다음날 바로 신촌의 향레코드로, 이곳은 그야말로 희귀 음반과 수입음반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달려가서 페퍼톤스가 내놓은 음반을 다 달라고 했다.
덤으로 향에만 뿌렸다는 싸인 앨범을 입수, 이럴 때 신촌으로 학교를 다니는 것에 감사한다. ^^
그러고는 카세트 매거진 시절의 표현으로 '늘어질 때까지' 페퍼톤스만 들었다.
공연에는 언젠가는 꼭 가야지라고 생각만 하고, 특별히 공연을 언제 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본다던가 하는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았다.
그 사이에 별의 별 공연을 다 찾아가면서도 페퍼톤스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스스로에게 의아하기도 하고, 팬으로서 자격미달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렇다.
그러다 후임이자 학교 후배인 오군의 도움으로 어제의 공연에 가게 되었다.
라디오로만 들었던 DEB양의 목소리를 쌩으로 들을 수도 있었고, 그들과 같은 지방 국립대학을 나온 익살군에게 언젠가 꼭 한번 사석에서 만나게 해달라던 멤버들의 쌩얼을 볼 수도 있었다.
아쉬운 점은 페퍼톤스의 레퍼토리가 조금 적지 않았나 하는 것과 관객들이 너무 참하셔서 아무도 열광하지 않았던 것 정도. (이 정도면 많이 아쉬운 거잖아. ^^)
그래도 소규모 공연답게 멤버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점은 마음에 들었다.
아마도 이런 것 때문에 여러가지 열악한 조건에도 소규모 공연에 맛들린 사람이 많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아픈 다리를 이끌고 홍대까지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즐거운 공연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