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해석 (Jed Rubenfeld)
2007/08/01 17:11 | ma impression | Permanent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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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읽은 소설은 바로 러벤펠트의 '살인의 해석'이었다.
무려 네권의 소설을 쟁겨놓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것을 먼저 읽을 것인가를 무지 고민하다가, '백경'은 어려서 읽었던 기억이 있는 것도 같고, '율리시스'는 옥스포드 클래식의 난해한 편집 때문에 눈에 안들어오고, '하얀성'은 너무 밋밋하고, '단테의 신곡 살인'은 낚인 책이라 정이 안가고, 뭐 이런저런 사정으로 다 제쳐두고 일단 이 녀석부터 읽어버렸다.
오히려 그렇게 한 것이 너무 잘했다는 생각.
이 책 '살인의 해석'은 오래간만에 느끼는 소설이 줄 수 있는 스펙타클의 진수였다.

3년전 이맘때 '다빈치코드'를 읽으며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일단 영화로 만들 작정이구나라고 생각하며 놀랐고, '푸코의 진자'를 풀어쓰면 이렇게도 대중적이 될 수도 있구나에 놀랐고, 마지막으로 그 긴박감에 놀랐다.
앞의 둘은 내 입장에서는 비난이었고, 뒤의 하나는 찬사 그자체였다.
다른 것들은 다 차치하더라도 그 긴박감과 속도감만은 소설이라는 매체의 그 어떤 작품들보다도 뛰어났다.
그런데 이제 '다빈치코드'는 두번째 정도로 자리를 내어주어야 할 것 같다.
'살인의 해석'은 무려 500 페이지가 넘는 내내 숨막힐 듯이 달려간다.
물론 작가의 평생을 담은 노력의 결정체라 그런지 다소 현학적으로 보이고 싶어서 어쩔줄 몰라하는 부분들이 종종 눈에 띄지만, 다행히도 처음의 몇 페이지만 버티면 종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달려나간다.

어쩔 수 없이 계속 '다빈치코드'와 계속 비교하게 되는데, 팩션이라는 장르의 소설은 앞으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될 운명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10년만 먼저 나왔다면 에코의 소설들과 비교가 되었을테니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르지만.
어찌되었든 역사추리물이 가져야만 하는 최고의 선은 얼마나 사실에 입각하고 있는가에 있다.
작가가 얼마나 많은 사료를 뒤적여 봤는가에따라 작품의 완성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런면에서 불행과 다행의 경계선에 놓여있다.
불행이라고 할만한 점은 너무 근과거의 일을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당시의 기록이 아직도 너무나 많이 남아있는데다가, 심지어는 당시에 살아있었던 사람도 있다는 점.
조금만한 오류도 문제를 크게 만들어버릴 소지가 많은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동시에 다행이 되어서 작품의 큰 그림을 그리기에 어떤 소재보다도 편할 수 있다.
작가는 후기에 이에 대한 자신의 고백을 잘 정리해 놓았는데, 많은 부분 다행으로 결과난 것 같다는 느낌이다.
물론 미국에, 특히 뉴욕에 근거지를 둔 사람들이라면 나보다는 훨씬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댈 수 있겠지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은 앞으로 이와 유사한 추리소설의 범람의 예고로 다가온다.
물론 상당수의 추리소설이 대놓고 정신분석학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 흐름을 따르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겠으나, 앞으로 잘하면 우리는 많은 추리소설에서 더 많은 프로이트의 분신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의 프로이트의 분신인 영거 박사와 리틀모어 형사를 따라오긴 힘들 것 같다.
학구적인 분신인 영거 박사는 그야말로 프로이트를 계승함은 물론 그의 이론에 스스로의 칼을 가져간 작가의 정신적 분신이기도 한데, 작가만큼이나 오랜기간 프로이트를 연구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경지에 이르러 있다.
특히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 대한 그만의 이론과 헴릿의 'to be, or not to be'에 대한 꼼꼼한 분석은 이미 정신분석학의 어느정도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여기에 행동하는 분신인 리틀모어 형사는 그야말로 헐리웃의 전형적인 영웅 캐릭터이긴 했으나, 작품이 끝나갈 무렵에는 앞으로의 그가 경감으로 살아갈 미래가 기다려질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총평을 하자면 올해를 대표할 최고의 소설로 흠 잡을 데가 전혀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추리소설이었다.
다만 꽤 묵직한 분량과 정신분석학에 대한 이론적 고차로 인하여 대중성에 대한 문제는 아직도 조금은 남아 있지 않나 생각한다.
물론 독자가 그렇게 무식하지만은 않을테니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내년이 되면 살아서 움직이는 영거 박사, 리틀모어 형사를 극장에서 만늘 수 있을 것이라 한다.
물론 내가 진짜로 보고싶은 사람은 그렇게도 완벽한 미녀로 묘사된 17살의 노라와 27살의 클라라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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