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일기장이라는 것이 이렇게 공개되어도 좋으냐고 하면 난 일기에 대해서는 자개증(自開症: 자폐증의 반대 개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을 앓고 있기 때문인지 일기라는 것이 결국은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작품이라고 생각을 한다.
뭐 어찌 되었건 내 블로그는 너무 사소한 이야기들만 적혀있는 공간이어서, 누군가 블로그를 통한 대안 언론의 가능성을 이야기했을 때 피식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은 아는 만큼만 보이는 까닭인 듯 하다.
심지어 연구실 동료들이 블로그라던가 웹상의 social network를 연구할 때에도 '저게 과연 우리가 연구할 주제인가?'라던가, '연구를 한다고 뭘 알 수 있는거지?'라고 생각했다.
물론 사회학이나 언론학쪽에선 그 나름대로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본격적으로 연구를 할라치면 HCI의 범위에서는 꽤 많이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블로그 시스템을 조금 변경해준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것인지, 결과적으로 블로그로 사업을 한다는 사람들이 우리 연구를 바탕으로 돈을 벌 수는 있는 것인지 의아했다.
지금도 그 생각이 많이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어제 KBS 1TV의 심야토론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주제는 블로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신정아 사건에 대한 토론이어서 그냥 심심풀이로 보고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해서 의외로 의견이 갈릴 수 있다는 사실에 살짝 감동하기도 했고, 여차 잘못하면 나도 우매한 민중의 하나로 전락해버리겠구나(그렇다고 현재의 내가 철인(哲人)이라는 얘긴 아니다.) 하는 불안감도 들고, 목요일 MBC 100분토론에서 서로 상대방의 의견도 듣지 않는 분위기보다는 훨씬 좋았다.
그런데 어디에서 블로그 얘기가 나왔냐 하면, 사실 블로그를 말한 패널은 없었다.
다만, 문화평론가 김갑수씨가 한 말이 내 생각과 살짝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정확하게 뭐라고 했는지 옮길 수는 없지만 요지는 다음과 같다.
우리의 지성을 한데 모아 나아갈 방향에 대해 토론해도 모자른 시간이 어쩌구 저쩌구...
언론(정황상 정론지)을 통해 무수한 논객이 지성을 나눠야 한다는 둥 어쩌구 저쩌구...
언론(정황상 정론지)을 통해 무수한 논객이 지성을 나눠야 한다는 둥 어쩌구 저쩌구...
뭐 이야기의 취지는 아주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김갑수씨 정도의 사람이니 중앙 언론에서 논의를 펼칠 수 있는 논객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과연 내가 우리나라를 걱정하는 글을 투고하면 조선일보는 읽어보기나 할까라는 상상을 했다.
차라리 김갑수씨도 솔직하게 손광운 변호사처럼 자신을 리더라고 얘기하고 자기 같은 사람들이 언론을 통해 건설적인 논의를 해나갈 시간도 부족하다고 얘기했으면 '그래, 니들은 일단 나이도 있고 배울만큼 배웠으니 리더라고 치자.'라고 피식 웃어나 줬을텐데, 수많은 논객이 어쩌구 저쩌구에서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수많은 논객이란 어느 정도의 숫자를 말하는 것인가?', '당신들은 당신들 부류가 아닌 이들의 논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자세는 갖추고 있나?'라는 조소만 흘러나왔다.
너무 삐딱했나?
어쨌든 그런 논의가 오가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진짜 블로그와 같은 개인 미디어에서 조금은 건설적인 논의들을 해보는 것도 좋겠군이라는 생각을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읽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 의견에 찬성을 해주던 그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좋아져서 김갑수씨나 그 외 기타등등의 인물들과 같은 선상에 올라가지 않아도 나만의 미디어에서 나만의 논의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인지할 때도 된 것이다.
그리고 계속 이런 정보와 지식, 논의와 논지들이 축적되어 나가야 매번 겪는 그 냄비 같은 여론의 쏠림현상을 막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내 블로그도 이제는 조금 진지해져야겠다.
<덧글>
그래도 난 어쩐지 내 블로그를 정치 이야기로 물들이고 싶지는 않다.
왠지 더러워지는 느낌이랄까, 내가 순수해지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그보다는 차라리 되도 않는 공상을 읊조리고 있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