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감기에 잘 걸리지만, 그렇다고 감기에 고생을 하는 편은 아니다.
뭔 얘긴고 하니 내게 걸린 감기의 유효기간은 어김 없이 2박 3일이기 때문이다.
감기에 걸리면 생각나는 것은 따뜻한 아랫목과 두꺼운 목화솜 이불, 그리고 그 이불을 덮고 보는 만화책 여러권 (가끔은 소설도).
인간이 멸망할 ??까지 절대로 정복할 수 없는 질병이 감기라는 얘기가 있는 것처럼 감기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는 정말 다양해서 언제나 걸리는 감기는 그 양상이 다르지만, 그래도 감기에 걸리면 생각나는 것들은 그렇게 다양하지 않고 저정도다.
사실 저런 것들은 감기와 상관 없이 그냥 겨울만 되면 의례 부리고 싶은 호사일 뿐이다.
그래도 어째 감기도 걸리지 않은 주제에 저렇게 놀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면 일단 아랫목에 파묻혀 만화책이나 소설책을 읽으며 소일하곤 한다.
내 일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감기는 입대하기 일주일 전에 걸린 감기였다. ㅡㅡa
2002년 1월 7일 입대를 앞두고 있던 나는 2002년의 시작과 함께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불행히도 2001년 가을학기에 휴학을 안했기 때문에 기말고사가 끝나고 이제 사람 좀 만나볼까하고 생각하자마자 감기에 걸려서 친구 몇명과 여자친구 외엔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입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한 주간에 만나려고 정리해 놓은 사람들과 일정표는 화려하기만 했지 실행하지 않은채.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난 2박 3일이면 감기에서 벗어나는 편이다.
감기를 타임라인에 따라 정리하면
Day 1
몸이 으슬으슬 떨리기 시작한다.
입에서 쓴내가 나기 시작하고, 관절들이 풀어진 나사처럼 느슨해진다.
목이 마르기 시작하고, 기침이 잦아진다.
밤에 잠을 자다가 추워서 깨기도 한다.
Day 2
입이 써서 밥을 넘길 수가 없다.
편도선이 부웠는지 목이 따끔거리고, 목소리는 초절정 고음불가다.
가래가 끓고, 콧물이 흐르고, 눈이 침침하다.
정신은 벌써 안드로메다로 가버렸고, 횡설수설한다.
온몸은 땀으로 흥건하다.
Day 3
땀의 양이 줄어들고, 기침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몸이 오히려 가뿐해진 느낌이 들어 나가고 싶어 미친다.
그래도 아직 체력 자체는 문제가 있어 움직이면 쉬 지친다.
이렇게 감기가 나가시는데, 결정적으로 Day 2의 밤에 적절한 처방을 해줘야만 한다.
그렇다고 병원을 가거나 하진 않는다. (미안하다, 창현!!!)
약은 약국에서 파는 아무 종합감기약이면 충분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따뜻한 아랫목에서 확실하게 지져줘야 한다는 것.
아!!!
따뜻한 물이나 유자차를 많이 마셔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물론 이런 감기 치료가 모두에게 유효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게다가 나도 요즘엔 슬슬 3박 4일로 늘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고.
그렇지만 감기는 피로에서 부터 온다는 생각은 확실하다.
하루밤 확실하게 주무셔주면 어지간한 감기는 안드로메다로 날아간다.
그러니까!!!
쫌!!!
쉬면서 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