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냐?
나도 아프다.
난 한 회도 보지 않은 드라마 '다모'의 대사다. (그래서인지 난 아직도 왜 이서진이 멋진지 모르겠다.)
드라마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어떻게 하면 저런 말이 나올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는 뜻에서.
어제는 S사의 유럽지역 branch들과 회의가 있었다.
물론 S사 사람들과 S사와 관련된 회사 사람들도 있었고.
D사의 나는 S사와 관련된 사람으로 불려갔던 것이다.
컨설팅이라는 일을 우리 D사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컨설팅을 하겠다고 맘을 먹고 있으니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하는 것이다.
뭐가 되었던 회의는 무려 4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회의 내용을 말하고 싶지도 않고, 아마 말하면 안될 것도 같고. (회의 자체를 말하는 것도 안되는 것인지. ㅡㅡa)
'Design이 뭘까?'라는 고민은 답이 나올 것 같은 순간에 그건 답이 아니라는 식으로 끝이나고 만다.
이런 말도 안되는 악순환을 무려 3달 정도 계속 하고 있다보면 별별 생각이 다들게 되는데, 어제 같은 경우 별별 생각의 극한을 보았다고나 할까? (사실 일주일에 한번은 극한을 보는 것 같다.)
그래도 오늘, 2007년 10월 5일 오전 11시 anakin의 Design이란 '사용자가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자극을 제공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또 너무 허무맹랑하고 이해도 안가는 '가치'라는 말을 삽입해서 답을 호도하려는 것 아니냐고 하신다면 별 수 없다.
아직 내가 그 정도로 디테일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래도 '가치'라는 녀석이 있기 때문에 사람은 오늘날까지 무한히 새로운 객체를 형성해 온 것이다.
'가치'는 나중에 더 생각해보도록 하고. (대충 '가치'라는 것이 있다고만 생각하자.)
난 어제 그 '가치'를 '하기 싫어서 죽겠는 일을 대신 해주는 것'에서 찾으려고 했다.
하긴 정보, 지식을 팔아서 먹고 사는 사람은 머리 쓰기 싫어하는 client를 대신해서 머리를 써줘야 한다.
그러니까 client가 머리가 아프면 나도 머리가 아픈 척이라도 하면서 대신 머리를 써주면 되는 것이다.
client가 효율성을 높이려고 직원을 자르면서 피눈물을 흘리면 나도 같이 피눈물 흘리는 척 하면서 너굴 잘라야 할 지 대신 생각해주면 된다. (사실 난 이런 일은 안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회의에 들어갔다.
최근에 한번에 여러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바람에 회의 내용을 제대로 숙지 못해서 걱정이었는데, 우리 client님도 아무 생각 없이 회의에 들어오시더란 말이다.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데리고, 심지어는 자기들이 아프다는 사실 자체를 아예 모르는 사람들을 데리고 내가 어디를 아파해줘야 한단 말인가.
그래서 아주 살짝이긴 했지만 '난 여기가 아픈 것 같아.'라고 넌지시 말했더니, 그나마 branch에서 온 애들은 대충 이해하고 그 치료비는 HQ에서 낼거라고 말하는데, 정작 그 HQ는 '쟤 누구야?'란다. ㅡㅡa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자기들이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고 혼자 외사랑으로 아파줘야 할까?
아니면 '모르냐? 나도 모르겠다.'라도 GG쳐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건 Design이 아닌건가?
확신과 불확신, 환희와 공포, 흡연과 금연, 그 어느 중간에 놓여서 길을 못찾고 있는 나는 아프다.











